청량산-하늘다리
흐드러진 억새가 춤추는 그곳엘 갔다
한해쯤은 걸러도 좋으련만 굳이 가겠다고 나서는 이유도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의 울음을 듣고 싶음인가
마음에만 담았다
한컷도 담지 않았다
흐린하늘
저기는 구름이 벗겨진다
등짐진 뒷모습
처진 어깨
등 뒤에 핀 가을꽃
그는 안다
십자가의 무게만큼이나 사랑도 있다는 것을
그 산에서 내려와 안동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다음 목적지까지 가려면 밤운전이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이한테안동댐 하류에 있는 월영교의 야경을 보여 주고 싶기도 하고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웹에서 봤던 몇장의 사진이 예쁜 이유다
목조다리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한다
다리 중간에 월영정이 있고 건너편 산 중턱에는 객사와 석빙고가 이다고.
주말에 분수 가동을 한다는 안내가 있다 마지막 시간이 20:00로 되어 있다
사전정보는 없었는데 분수가동시간에 월영교를 지날 수 있어 밋밋하지 않은 야경을 보게 되었다
청량산 입구 마을식당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4천이라는데 깜짝 놀랐다 라면을 잘 먹지도 않지만 바깥에서 식사대용으로 사서 먹는 경운 거의 없으니
금액에 놀랐다
라면하나가 얼만데? 주인분은 비싸다는 내 말에 더 당황한다
요기는 해야하고 식당은 없으니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초라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두어번 왔었는데 어디로 올랐는지 기억이 연결되지 않는다
일주문으로 올랐나?
가파르지 않는 흙길로 올랐던 기억도 있는데.. 아니다 아직 입석도 못 찾았는데..
차로 두어번 오르락내리락 하다 사람들이 오르는 길로 따라 가기로 결정.
입석을 찾았다. 더불어 기억조각들이 이어진다
불행했던 세월을 고스란히 견뎌낸 소나무
길을 오르다 보니 한두그루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수탈당하지 않은게 뭐가 있을까마는
전쟁물자 '송탄유'를 위해서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쑥부쟁이 한포기가 '산꾼의집'에 도착했다고 알리는 듯
신라문무왕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청량사
청량사에서 하늘다리로 오르는 초입은 오를만 했다
조금 오르면 온통 계단이라 턱턱 숨이 막힌다
오래전에 단체에서 첫번째로 왔을 때
일행들중 몇몇이 하늘다리를 갔다왔노라며 자랑하던 기억은 유난히도 짙게 새겨져있다
이곳을 찾으면 꼭 한번은 오르겠노라고 내심 작정을 했었는데 드뎌 나도~
한켠에는 개쑥부쟁이가 반긴다
긴계단을 오르느라 힘들었을 방문객을 위로하듯
해발 8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현수교량
길이는 90미터
준비 없이 떠났던 일박여행
황매산만 잠시 다녀오자고 집을 나섰는데
여기까지 왔다
다행히 동반자도 흡족하다고 한다
<2017 10 01~02>